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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타
외로움이 극에 달한
어느 밤.
오로지 한 남자는
신 이시여.
그에게 젠더를 원하지 않았거늘,
천상여자로 만드시는
그의 파워 앞에
무릎을 꿇고 기품있게
가슴에 모은
두 손.
깊은 숨을 타고 내려가면
고요한 우물의 끝자락에 비춘 얼굴.
가장 밑바닥의 것을
퍼 나르게 하는
신 이시여.
마음대로 그분을 상상하네.
멋대로 그분을 그려보네.
뭐든 마음대로 주무르네.
그분의 품 안 에서라면
무엇이든 다 가능하다 하시네.
그리해도 된다 하시네.
내가 너를 사랑하니
너의 사랑 또한 존중한다 하시네.
어찌 그 분을
거부할 수 있으리.
그는 숨과 함께살아계시네.
쪼개진 운명의 파편이
몸 속 깊이 파고들자
마침내 나는 그의 포로.
무릎을 꿇고 나지막이 내 뱉는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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