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카프리 섬에서 보낸 편지


당신에게.
카프리섬에 있어요.
성탑 꼭대기에 자리한 까만 프레임 밖,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아름다운 방 한가운데 자리한
하얀 시트 위에서 자신을 위로했어요.
형편없는 시를 몇 편 끄적인 후,
작은 마을 불빛 속을 걸었죠.
외로움을 감춘 듯
과장된 구두소리가 거슬려요.
첫 번째 남자가 말을 걸어요.
직업이 모델이냐며 번호를 물어요.
작은 바 안으로 혼자 걸어 들어가
바텐더와 인사를 나누자
남자의 남자가 계속 모여요.
처음 만난 남자 여섯 명이
여러 명과 사랑하는 방식에 대한 견해를 물어요.
그날 밤
성탑으로 돌아와
그토록 싫어하는 일본말로
혼네를 말해야 했죠.
료타는 순수했으니까요.
그는 현명하게 울어대서 조용히 집에 보냈어요.
저도 시끄러운 아기는 딱 질색이거든요.
하지만 결국 그 애는 오지 않았죠.
행복과 불행은 공존한다고
마지막 메시지를 보냈어요.
그리고 계속 죽어있기로 결심했어요.
다시는 깨어나지 않기로 말이에요.
그 이야기를 소설로 써야 하는데..
저런,
당신도 소설을 쓸 시간은 없나 보네요.
어쩜 내게 한다는 소리가
결국
행복과 불행이 함께 온다는 똑같은 소리네요.
당신이 또 내 머릿속을 휘저어요.
나의 영감에 불을 지피네요.
만져본 적도 없는 당신
참 신기하기도 하지요.
문득 기억나요.
샤워 후의 시간.
당신을 위한 이 마음은
현실에 머물기 위함인가요.
알아요.
나를 위한 것이라는 것을.
숨을 쉬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아기가 낮잠을 자요.
나비가 날아다니죠.
오늘 밤 자정에는
꿈속에서 당신과 만나볼 수 있을까요.
언젠가
꿈에서 깨어
당신을 실제로 만져볼 수 있을까요.
또 누군가가
가슴에 불을 지펴요.
지금의 문제는 문제도 아니죠.
떨리는 가슴이 불안을 밀어내지요.
죽은자의 무덤에 숨을 불어 넣지요.
저런.
또 사랑에 빠졌나 봐요.
사라지지 않는
비밀은 또 하나의 연결점이죠.
저는 숲속에 있어요.
꿈에서 깨어나기 위한 답을 여전히 찾고 있어요.
언젠가 당신이 발걸음을 하셔서
직접 나의 입술에 숨을
불어 넣어 주세요.
왕자님을 기다리고 있어요.
이번엔 누구신지요.

by
bottom of page